시간이 멈추면
시린 두 손이 숨어버린 부실한 호주머니엔
해 저문 겨울저녁 빈 공간만 꼼지락거린다
바닥난 뱃속을 뒤집곤 힘겹게 끌어낸 엉성한 입김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평행선에 서서 한숨이 된다
그렇지 뭐
퇴근을 신고 발걸음을 조인 사람들이 뒤섞여
하얀 汽笛을 뿜어대곤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며
생존의 황량한 무대를 총총걸음으로 빠져나간다
고단한 조연들은 떠밀려 사라지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지 뭐
제법 승객들로 가득 채워진 전철 속엔
광고물들이 보들리야르의 파이프 연기처럼
눈을 닫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을 닫는다
그렇지 뭐
드디어 어둠이 도시를 한걸음에 움켜잡았다
쌀쌀한 북서풍이 사이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눈가엔 왜 그리 지랄같이 찬바람이 불어 오는지
눈가에 어린 물가엔 아주 사라진 것들이 아른거린다
그렇지 뭐
그렇지
보고 싶은 것들 사랑하는 것들 그리운 것들
내게 주어진 이승의 시간이 멈추어도 모습은 남아있을까
나만 바라보는 저 달도 자꾸 멀어진다는데
시간이 멈출 때 어디선가 지난 시간을 바라보겠지
그렇지
2010년 12월 默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