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
어렸을 적 그땐 참
빨리도 어른이 되고 싶어했지
어느덧 성인이 되자마자
정신없이 직업을 고르고
발정난 것처럼 짝을 찾더니만
짝을 택하고 자식이 생기면
나 챙길 겨를도 없이
책임이란 무게로 정신없이 살다
무작정 달려온 고단한 삶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문득 그렇게 텅 비어버린 날
어렸을 적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늙어버린 거울 앞에서
자식 같은 시절도 있었구나
회상은 빠른 시간을 보태선
출가하는 자식들의 빈자리를
채울만한 아무것도 없이
부모처럼 덧없는 세월을 따라간다
어느날 붉은 저녁 노을을 보고서야
빠르게 가고 빨리 저무는 인생을
추억으로 고이 접어가며
세상을 너그러이 받아들인다
默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