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의 진풍경
김씨 아저씨는
가난한 농부였지요
배움이 적지만
바지런한 성격에
옥니가 매력인
마누라 사이에서
3남 2녀를 두고
열심히 일하며
뒷바라지 했어요
어느새 주름은
까만 피부에
선명하게 새겨져
손주만 아홉이라
고희를 넘긴
김씨 아저씨에겐
조상님의 공이
고맙기만 합니다
자식들 생각에
서울에 사는 큰 아들
제사를 물려주곤
명절이면 올라와
자식들 사는 모양
손주들 재롱에
미소만 가득합니다
그날도 둘째 며느린
예수쟁이라
차례 지낸 후
어색하게 방문합니다
첫째 딸은
주정뱅이 사위가
빠진 채 어색한
외손주를 안아주며
가슴 아파합니다
김씨 아저씨는
필리핀 막내 며느릴
유심히 바라봅니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자신을 닮았다고
농을 던집니다
깔깔거리는 명절엔
늘 죽음을 생각하며
많이 달라진 세상을
미소로 받아들이지요
그나저나
카톨릭 신자인
큰 아들은
김씨 아저씨
돌아가시면
성당에서
연미사인지 뭔지
힘든 제사
기도로 빠꾼다는데
씁쓸하지만
그냥 미소를 짓고
배운 자식들
알아서 하게끔
내버려 둡니다
어차피 죽으면
그뿐이니까요
아버지 어머니에게
미안스럽기도 하고
조상에게 죄스럽지만
설명한다 해도
우긴다 해도
소용없음을 알지요
김씨 아저씨는
자신이 죽으면
자식들과 손주들이
제삿밥도 안줄까
걱정은 합니다
설마 하시면서